이런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니즈를 파악하라" 라는 제목이달린 디자인 정글 1월호 원고에요. 니즈를 찾으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도널드 노만의 주장도 있지만, 디자이너는 니즈를 파악해서 디자인을 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서 능동적으로 니즈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고급스러운 맛(Taste)을 알려줄 수 있는 것처럼요.
“아이폰과 트위터가 들어왔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UX)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주변의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트위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보면 반갑다. 아이폰이나 트위터는 사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심지어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쟁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그런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반가운 이유는 아이폰이 주는 고급스러운 사용자 경험과 트위터가 주는 실시간 인터랙션 경험이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들의 입맛을 높여주어서 기업으로 하여금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 디자인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역시 반가운 이유 중에 하나이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새로운 기술이 주는 혜택의 범주 밖에 있다. 미래는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어디에선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 우리를 둘러싼 정보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수용속도를 넘어서고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알게 되거나 습득하는 것에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자이너로써 다른 사람보다 앞서서 기술을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체득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유익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사용자들은 아이폰을 사용해 봄으로써 아이폰이 제공하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이 주는 혜택을 점점 더 맛보게 된다. 앱(App)이라고 불리는 응용프로그램은 단순히 악세서리가 아니라 복잡한 정보화 시대에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도구이자 해결책이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라는 흔한 말은 우리가 처한 문제 상황이고, 우리는 그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앱이라는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문제 상황은 해결책을 찾고, 해결책은 폭넓은 사용자의 니즈를 만든다. 아이폰을 통해서 만들어진 앱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 더욱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앱이 발달하면 개인화, 앱스토어 같은 개념들이 출현하게 된다. 이 역시 하나의 해결책이었지만 사용자들이 일단 한번 맛보게 되면 사용자의 니즈로 구체화 될 것이다.
트위터는 140자에 불과한데 왜 그토록 자주 언급되고 구글이 리얼타임 검색에 트위터를 붙일 만큼 안달나게 할까? 트위터는 140자라는 사이즈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단위로 제시했다. 2010년의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는 리얼타임 즉, 지금(Now)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미디어는 TV, 신문, 블로그, 라디오 모든 것들이 끊김없는 많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내보내지만 트위터는 140자로 분리된, 마치 실생활에서 대화할 때 한 사람이 내뱉는 한 문장 정도의 크기로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 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뉴스는 이제 한 줄로 정리가 되고 개인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었다. 과거 신문사 기자보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한 사용자가 더 영향력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긴 글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140자를 가지고 소통하는데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는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다. 한 마디 말이나 글보다 강력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아이폰이나 트위터를 만들어 낸 사람이 그러하듯 이 글을 보고 있는 디자이너들 역시 고급스러운 사용자 경험과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실시간적인 소통 같은 가치들을 사용자의 손에 안겨줄 수 있다. 공룡기업 MS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윈도우7과 IE8, 실버라이트와 윈도우폰, XBOX360, 테이블 PC인 서페이스에 이르기 까지 많은 제품들 담당자들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가치에 대한 인식은 공룡기업에서부터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같은 시작선 상에 있다고 할만큼 아직 시작 단계이고 많은 인력과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최근 3스크린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개념들이 우리들의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로 인해 잠재된 사용자 니즈가 자연발생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발현될 것이다. 이렇듯 복잡한 미래와 현재가 혼재된 현실 속에서 사용자 경험은 디자이너들이 보다 현명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나침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