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집안 살림 장만하느라 한창이라 이것저것 살 것이 많네요. 생전 사보지 않았던 물건들을 사야 하니, 이리저리 따져보고 물어보고 생각해보면서, 참 많은 물건들의 UX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요.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제품들은 생활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측면에서, 쇼핑도 현장 UX 공부가 될 수 있어요. 마트의 전자제품 코너에는 정말 많은 전기밥통들이 있죠. 워낙 많은 제품이 있고, 출시 시기도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전기밥통이란 녀석의 인터페이스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최신 제품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와이프가 직원 분과 상담하는 와중에 저는 사진을 몇 장 찍어왔습니다.
인터페이스의 구성에 따라서 편의상 1,2,3 세대라고 구분해 봤습니다. 세대가 지날 수록 컨트롤에 필요한 운동량과 자극은 적어지고(세련되지고), 표현 방식은 풍부해지는군요.
1세대 전기밥통 (물리적 버튼과 램프[보온/취사]) - 투박해 보이지만 심플한데다 네츄럴한 느낌마저 주는 인터페이스. 사실은 이 밥통 너무 사고 싶었는데 예약 기능이 없어서...
2세대 전기밥통(뾱뾱이 버튼과 디스플레이+음성안내) - 뾱뾱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이 버튼을 누를 때 왠지 모르게 힘을 꾹 주게 되지 않던가요. 겉모습도 헤치는 이런 버튼 너무 싫어요.
3세대 전기밥통(터치 패널) - 반면 살짝 손가락을 올리면 동작하는 버튼. 100점 만점은 아니지만, 인터페이스에서 낙점을 받아 결국 최종적으로 구매한 제품.
몇몇 제품에 대해서 예전 초콜릿 폰과 유사한 초기 터치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 있더군요. 조금 살펴보니, 밥통 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TV 등 최신 가전 제품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저처럼 관심있는 사람이 눈치를 채는 정도라면, 아직 사용자들은 이런 작은 차이에서 오는 경험의 변화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어떤 브랜드인지가 중요한 것이죠.
밥이 맛있는지, 취사를 빨리 할 수 있는지 등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 것은 기존 제품에 대한 경험이 크게 좌우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평도 중요한거죠. 밥맛이 맛있더라, 압력솥이 밥이 빨리 되더라... 밥통 하나 사려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UX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어머니랑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인터페이스의 변화처럼 눈에 드러나는 UX적인 요소들로 인해서 사용자들은 어떤 브랜드인지 여부 보다,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복잡한 경험 요소들을 더 따져보게 될 거에요. 다른 전자제품과 주방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지(색상과 디자인),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관리가 가능한지, 조작하기에 불편하지 않은지, 원하는 사이즈와 규격에 맞는지, 차별화 되는 기능을 통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돌솥밥을 지을 수 있는지 등등... (개인적으로 어떤 밥솥에서 제공하는 돌솥밥 기능이 무척 끌렸는데 2세대 밥통이라 포기했죠.) 그리고 밥통은 좀 더 예뻐져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적어도 광고모델과 어울릴 정도는 되야... 소비자라는 사용자 뿐 아니라 마케터나 판매원 등 잠재적인 사용자들의 UX와 그들을 통한 간접적인 고객의 만족도나 브랜드 경험도 향상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전기밥통 하나만 보더라도 UX적으로 고려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고, 또 그것이 우리의 삶을 작고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여러분들의 가전 제품에 대한 경험은 어떤가요?
저의 또다른 경험을 얘기해 보면, 저희 집에 최근에 장만한 가전제품이 모두 3세대 전기밥통과 동일한 형태의 인터페이스였어요. 아직은 예전 초콜릿폰처럼 터치 영역에 대한 구분도 없고 너무 민감한데다 터치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아서 잘 못 입력되기도 하는 등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곧 이런 부분도 다음 제품들에서는 바뀔거라고 기대가 됩니다. 핸드폰이나 PC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4세대 가전제품들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시나요?
한편, 얼마 전에 벽걸이형 대형 LED TV도 장만했는데, 보더(테두리)가 없는 새로운 TV 광고를 보니 다시 지르고 싶어지더라고요. TV 테두리의 검은색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사용자로 하여금 빛이 나오는 영상화면을 피하고 테두리에 눈을 돌리게 해서 시각적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